HBM3E 전쟁: 삼성·하이닉스가 AI 시대의 승자가 되는 법
1. HBM이란 무엇인가: AI 칩의 숨겨진 주역
ChatGPT, Gemini, Claude 같은 거대 AI 모델을 구동하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이때 병목이 되는 것이 바로 메모리 대역폭입니다. 아무리 GPU가 빨라도,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충분히 빠르게 공급하지 못하면 성능이 제한됩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차세대 메모리입니다. 일반 DDR 메모리가 평면적으로 배치되는 것과 달리, HBM은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3D 구조입니다. 마치 아파트처럼 층층이 쌓여 있어, 같은 면적에서 훨씬 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HBM3E의 압도적 성능
2026년 현재 최신 세대인 HBM3E는 대역폭이 1.15TB/s에 달합니다. 이는 일반 DDR5 메모리(80GB/s)의 14배 이상** 빠른 속도입니다. NVIDIA의 최신 AI 칩 **H200과 차세대 B100은 모두 HBM3E를 탑재하며, 이 메모리 없이는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2. 시장 지배자 SK하이닉스: 선점 효과의 위력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압도적 1위입니다. 2026년 1분기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 SK하이닉스: 약 53%
- 삼성전자: 약 38%
- 마이크론: 약 9%
하이닉스가 이처럼 앞서게 된 결정적 이유는 타이밍입니다. 2020년부터 NVIDIA와 긴밀히 협력하며 HBM2E, HBM3 개발에 집중했고, 2023년 ChatGPT 붐이 터졌을 때 이미 양산 체제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NVIDIA의 전폭적 신뢰
NVIDIA는 2024년 H100 칩 출시 당시 HBM3 공급을 하이닉스에 독점 의존했습니다. 삼성도 HBM3를 개발했지만, NVIDIA의 까다로운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이 '인증 실패'는 삼성에게 큰 타격이었고, 하이닉스는 그 틈을 파고들어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2026년 현재도 NVIDIA H200의 HBM3E는 80% 이상이 하이닉스 제품입니다. 이는 단순한 공급 계약을 넘어, 기술적 신뢰와 생태계 파트너십의 결과입니다.
3. 삼성전자의 반격: 기술 격차를 좁히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HBM3E 12단(12-Hi) 제품의 수율을 대폭 개선하며, NVIDIA 인증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삼성이 HBM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
삼성의 기술적 강점
삼성은 HBM 제조에서 독자적인 TSV(Through-Silicon Via)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TSV는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미세 구멍인데, 삼성의 TSV는 하이닉스보다 직경이 20% 더 작아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연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더 높은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구현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또한 삼성은 EUV(극자외선) 공정을 HBM 생산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 HBM은 ArF 공정으로 만들어지는데, EUV를 사용하면 회로 선폭을 더 줄여 성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이닉스도 EUV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삼성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쌓은 EUV 경험을 활용하면 먼저 상용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율 문제, 그리고 돌파구
삼성의 가장 큰 약점은 수율(Yield)이었습니다. HBM은 12~16개의 칩을 쌓아 올리는데, 단 하나의 칩에만 불량이 있어도 전체가 폐기됩니다. 2024년 초 삼성의 HBM3E 수율은 약 60% 수준으로, 하이닉스의 80%에 크게 뒤졌습니다.
하지만 2026년 1분기, 삼성은 수율을 7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평택 라인의 공정 최적화와 AI 기반 불량 예측 시스템 도입 덕분입니다. 이제 삼성은 하이닉스와 거의 대등한 수준의 생산 효율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4. 시장 확대: NVIDIA 너머의 기회
HBM 시장은 NVIDIA만의 무대가 아닙니다. AMD, Google, Amazon, Microsoft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AI 칩을 개발하며 HBM 수요를 늘리고 있습니다.
AMD의 MI300 시리즈
AMD의 Instinct MI300X GPU는 HBM3를 192GB나 탑재하며,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NVIDIA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AMD는 삼성과 하이닉스 양쪽에서 HBM을 공급받고 있어, 삼성에게는 중요한 돌파구입니다.
구글 TPU와 아마존 Trainium
구글의 TPU v5와 아마존의 Trainium2 칩도 HBM3E를 채택했습니다. 이들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최적화된 칩을 만들기 때문에, NVIDIA보다 공급사 다변화에 적극적입니다. 삼성은 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5. HBM4 시대: 차세대 경쟁의 서막
2027년부터는 HBM4** 시대가 열립니다. HBM4는 대역폭이 **1.6TB/s로 증가하고, 적층 수도 16단에서 24단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는 단순한 성능 향상이 아니라, 제조 난이도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의미합니다.
삼성의 역전 기회?
HBM4에서는 PIM(Processing-In-Memory) 기술이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PIM은 메모리 칩 내부에 간단한 연산 회로를 넣어, 데이터를 GPU로 보내지 않고도 일부 계산을 처리하는 기술입니다. 이는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이고 속도를 높입니다.
삼성은 2023년부터 PIM-HBM 연구에 집중 투자해 왔으며, 하이닉스보다 특허 출원이 많습니다. 만약 HBM4 세대에서 PIM이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삼성이 기술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6. 투자 관점: 누가 더 매력적인가?
SK하이닉스의 강점
- 현재 시장 지배력: NVIDIA 주력 공급사로서 안정적 매출
- 높은 수익성: HBM 평균 판매가는 일반 DRAM의 5배 이상
- 단기 성장 확실성: 2026~2027년 AI 투자 붐 수혜 직접 수혜
삼성전자의 강점
- 기술 다각화: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HBM 외 사업 포트폴리오
- 장기 역전 가능성: HBM4 PIM 기술 선점 시 판도 변화
- 밸류에이션: 하이닉스 대비 낮은 PER로 상승 여력
결론: 단기 수익을 원한다면 하이닉스, 장기 성장 잠재력을 본다면 삼성이 매력적입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주임은 분명합니다.
7. 결론: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HBM3E 시장은 단순한 '삼성 vs 하이닉스' 구도가 아닙니다. 두 회사는 경쟁하면서도, 함께 시장 자체를 키우고 있습니다. NVIDIA, AMD, Google 같은 고객사들은 공급 안정성을 위해 멀티 소싱을 선호하며, 이는 두 회사 모두에게 기회입니다.
2026년 HBM 시장 규모는 약 300억 달러(약 40조 원)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거대한 파이를 놓고 삼성과 하이닉스는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HBM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까요? 아마도 답은 "둘 다"일 것입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기술은 발전하고,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
참고: 본 포스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IR 자료, TrendForce 반도체 시장 보고서, IEEE IEDM 2025 논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